그림

코리안 랩소디 - 리움 특별전

summer and sour 2011. 6. 19. 00:29


리움특별전에 다녀왔다. "코리안 랩소디,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라는 이름의 전시로, 올해 3월 17일부터 8월 21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다. 한국의 근현대에 만들어진 작품이나 근현대사 관련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모아둔 것으로, 솔직히 말해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일만한 전시는 아니다. 일단 역사라는 무거운 소재로 작품들을 묶어놓았고, 그 중에서도 더더욱 우리나라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일제강점기, 남북전쟁을 아우르는 시대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밌는 전시였다.

재밌었던 꼭지가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그리고, 묘사했던 조선의 모습을 모아놓은 목판화 시리즈였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적 시각으로만 일제강점기를 묘사한 사진이나 소설만을 읽어왔는데, 그들이 자신들을 백인처럼 그려놓고 주인공처럼 가운데 크게 배치해놓은 이미지들을 보며 그들의 사상세계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작 우리에겐 남아있는 역사적 자료가 없고 식민통치를 위해 조선인들의 문화와 생활구역, 계층 등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남긴 일본에게 감사하다 해야할 지 욕을 해주어야 할 지.

이응노, <양색시>

작가 이름은 까먹었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두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을 일기 형식으로 몇 십장의 그림 및 글로 남긴 작품이 참 위트있고도 그 안에 역사적 아픔이 느껴지는 가시들이 있었다. 

성능경, <신문읽기>

근현대의 행위예술 역시 조명될만한 가치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 상영을 보고 있다가 성능경의 <신문읽기>라는 행위예술을 보며 깜짝 놀랐다. 신문의 광고들만을 남겨놓고 기사들을 다 오려내는 방식을 통해 무언의 비판을 효과적으로 해낸 퍼포먼스. 지금봐도 참신한 것 같다. 

내가 여태까지 불편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그 시대에도, 그 시대를 나름대로 살아낸 예술인들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