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놀이기구보다 재밌는 체험형 테크놀로지 아트 : the creators project
summer and sour
2010. 9. 1. 23:06
8월 28일, 비가 약간씩 내리다 말다 하는 토요일.
대체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모를 것에 초대받아, 정말 뭘하는지 알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발을 뗐다. 장소는 삼성역 주변에 있다는 '문화예술복합공간' Kring.
장소에 도착해 팜플렛을 받고보니 그제서야 Intel과 Vice라는 회사 파트너십으로 개최된 행사임을 알았다. 기업홍보가 위주인 전시가 아닌가 내심 걱정이 됐는데, 전혀 홍보의 내음새라곤 맡을 수 없는 훌륭한 이벤트 홍보였다. 전시의 타이틀은 명확히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창조자'들을 지지하고, 소개하는 프로젝트였다. 단, 테크놀로지를 재밌게 구현해 내는 아티스트가 위주인 듯 하였다.
뉴욕, 런던, 상파울루를 거쳐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였다. 북경에서 9월 17일에 마지막 피날레를 올린다고. 전시가 열리는 국가의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퍼포먼스를 위주로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북경에 가서 또 보아도 새롭고 재밌을 것 같다.
캡쳐출처 :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웹사이트 (thecreatorsproject.com)
도착해서 2층의 전시실부터 돌았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주로 '인터랙티브 아트'군에 속한 것들이었다. 관객의 참여가 가능한 것들.
가운데의 의자에 앉으면 앉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눈 코 입의 위치를 변형해서 스크린에 보여주는 작품(Lumpens의 <Faced>), 최정화씨의 (얇은 고무 재질로 만든 것 같아보이는) 숨쉬듯 움직이는 연꽃 <Lotus Flower>,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을 이용한 그래픽 애니메이션 <Charlie's Tree>(특정한 화분에 물을 따르면 반응한다! 역시 Lumpens 작품)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웃고 있는 본인
풍선같은 연꽃이 내려앉는 부분이 마치 숨쉬는 생명체같아 소름돋았는데, 안타깝게도 (내 친구가 찍은 것임) 뒷부분은 잘려나갔다.
만화경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설치작품. 이 외에도 두 세개의 다른 애니메이션이 준비되어 있는 듯 했다.
이 외에도 비디오 게임처럼 재밌는 놀잇감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본인이 가장 흥분한 상태로 즐겼던 것이 바로 DSP라는 곳에서 만든 [Z]ink였다. 팜플렛에는 "[Z]ink는 움직임, 그림 그리고 조각의 고전 예술과 더욱 새로워진 3차원 보기 그리고 실시간 그래픽 렌더링과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3차원 상호작용의 그림 도구입니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작년 말부터 3D가 큰 화두이기도 하지만, 영화 이외의 분야에서 3차원 기술을 이용한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니 놀라웠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일단 쓰리디 안경을 집어쓰고, 작은 (바코드가 앞 쪽에 붙어있는) 상자를 집는다. 이 것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옆에 놓여있는 기계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패턴이나 색을 선택한다. 하나를 골라 바코드를 TV화면 쪽으로 향하여 움직이면 그에 따라 선이 그려진다(물론 3D이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위의 동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나타난다). 그보다 더 놀라웠고, 또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기술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바로 이 도구가 "깊이"를 읽어낸다는 사실이다. 손을 앞으로 쭉 뻗거나 가까이 하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살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완성 후 3차원을 제대로감상하기 위해 그림을 돌려서 볼 수도 있었다. 차세대 미술도구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 마지 않는다.
2층 관람을 마치고 나니 2시간 반이나 지나있었다. 아래 층에서는 무료 음료가 제공되고 있었고, 여섯 시부터는 무대 공연이 시작됐다. 제일 처음 무대는 미국에서 온 DJ 패널과 한국인 DJ 및 힙합가수?(잘 모르겠다)가 떼로 진행했는데, 역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이었다. 그 장소에 있는 '일반인'들 중 지원자가 사운드 소스들을 제공하고, DJ가 이를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실험적인 이벤트. 난 노래에 소질이 없어 구경만 했는데, 지원자들 중에는 비트박스를 하는 남자분, 열 아홉살난(?) 래퍼, 아리랑을 '대애한민국!'이란 독특한 추임새를 넣어 부르신 늘씬한 여자분, 하드락 밴드에 좀 오래 몸을 담그셨던 것 같은 분이 있었다. 한국인 엠씨들은 계속 뭔가 부족하다느니 음악이 잘 완성되지 않았다느니 우리 일반인들을 다그쳤는데(물론 음악완성도는 매우 높지 않았다), 난 그 정도씩이나 끼있는 사람들을 랜덤으로 본 것조차 신기했다. 또한 한 시간 만에 진행된 것인만큼, 음악이 현장에서 그 정도로 완성되는 것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느낌있는 경험이었다. 미국 DJ리더 분이 좀 더 손을 봐서 웹사이트에 올려준다고 했는데, 아마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나와 친구는 저녁을 먹으러 가느라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 시간에는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EE 등이 등장했다. 아쉽다!
단 하루만 열어서, 게다가 돈을 쓰는 일만 하면서 도대체 바라는 이득이 무엇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했던 행사다. 이러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도리어 기획자의 마케팅 전략에 먹어들어가는 것일까? 참고할만한 마케팅 행사라고 생각한다. 올해가 1회라는데, 내년에도 역시 서울에서 열릴지는 미지수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