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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마녀. 1

저자
강풀 지음
출판사
재미주의 | 2013-11-25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세상은 그녀를 마녀라 부르고, 남자는 그녀를 사랑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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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사랑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시골마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의문의 사건들이 발생한다. 남학생들이 끊임없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부상을 당한 남학생들의 공통점이 한 여자아이와 가까이 있었다는 것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 여자아이는 '마녀'로 낙인찍혀 학교를 떠나고, 끝내 마을에서 쫓겨나고 만다.


'마녀'를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된다 - 이 사건을 우연이자, 보편화가 가져온 비극이라 믿고 그녀의 억울함을 벗겨주고 싶어 통계학을 전공하게 된 남자가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녀'와 과거 부상당한 남학생들의 연관성을 되짚어볼 수록 '법칙'이 확실해진다. 그녀는 뭔지 모를 매력으로 자신도 모르게 남성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진정한 '마녀'였던 것이다. 게다가 '마녀'는 (과거에 자신이 받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사랑을 받아들이거나, 되돌려줄 수 없다. 그렇기에 상대방을 사랑에 빠트리지만 결국 상처입게 만드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동정이 아니라 사랑임을 확인한다. 동시에 그의 사랑을 이루고 생존(!)하려면 그녀가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만이 유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녀에게 다가가는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에, 그는 최대한 사랑의 상처를 입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법을 연구하게 되는데...(스포일러 생략!)




왜 사람들이 강풀 강풀 하나 했는데, <마녀>라는 작품을 읽고 바로 이거구나 싶다. 


웹툰이라는 대중적인 탈을 쓰고 있을 뿐이지, 이 작품은 '사랑의 상처'에 대한 보편성을 '마녀'라는 특수한 캐릭터와 설정(으로 인해 나올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는 매우 문학적인 텍스트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의 상처를 맛본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그 상처가 너무나 아파서 새로이 사랑을 시작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마녀>의 마녀가 그랬듯이. 


마녀는 자신이 간직한 상처에 얽매여, 혹은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는 또 다른 사랑의 희생자를 차단하기 위해 '누구도 가까이 다가올 수 없는 자신만의 법칙(결론은 거절하는 것)'을 만들어 자신에게 반한 남성들에게 상처를 준다(만화에서는 육체적인 상해로 그려내고 있지만 실은 사랑을 거절당함으로써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모든 상처). 그리고 그 법칙에 의해 희생양이 늘어가면 갈수록 그녀 그 자신은 고립되어가고, 외톨이가 되어간다. 


한편 마녀의 고립과 외로움은 그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제대로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마녀에게 매료되고, 그녀에게 고백을 감행했던 남성들 중에는 '너를 좋아한다'라고 일방적으로 표현한 것이 다였지, 그녀의 감정을 먼저 묻는 이는 없었다. 남주인공만이 그녀의 '법칙'을 피해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녀를 지켜보며 기다린 시간이 그 누구보다도 컸고, 말보다는 이 '기다림' 자체가 마녀에겐 진정한 사랑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모두 사랑을 하지만, 사랑을 주고 받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사랑 속엔 대부분 상처가 남는다. 자신을 사랑의 상처로부터 지킬 줄 알고, 상대방이 마음을 열 때까지 곁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마녀 또는 마남) 옆에서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