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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원숭이와 독수리



지난 주말에는 남자친구와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에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렸고, 남자친구가 긴장하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 남자친구에 대한 반응은 예상한만큼이었지만, 역시 어른다웠고 멋지셨다.

특히 엄마가 남자친구 나이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지만 예의있게 똑부러지는 엄마 역할을 해주셨고

아빠는 위트있으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결혼에 대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 지 당장 앞은 잘 그려지지 않아도, 훗날 걸어오며 깔아놓은 길은 잘 볼 수 있다고...


깨달음이 있었던 건 일요일. 오빠를 따라 예약해둔 성격검사를 받으러갔다.

과연 신뢰성있는 검사일까 반신반의했지만 가지않고는 못배길만큼 우리 사이에 문제가 심각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매번 같은 이유로 다툼과 오해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스트 문항은 비교적 심플하고 간단했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각각의 검사결과를 갖고 그곳의 '소장님'이라고 불리는 분의 상담실로 가서 설명을 들었다.


나 :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열정형 인간 (9가지 성격분류에 따르면 원숭이형) 

     '나'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높음 (나/너/우리 테스트에 따르면 약 14/4/2 정도)

오빠 : 성공을 추구하는 목표지향적 인간 (독수리형)

        나 자신보다 더 큰 범위의 일들에 관심이 많음 (나/너/우리 각 1/6/13 정도)


어떤 유형의 성격이든 상태가 좋을 때는 긍정적인 쪽으로 발휘가 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일이 없다.

하.지.만. 상태가 나쁘거나 상황이 안좋아질 경우 성격유형의 장점인 면이 동전의 뒷면처럼 뒤집혀 단점이 되고 만다.


일단 피하고 싶은 내 성격의 단점. 재미가 없는 일은 못한다. 성격 급하고. 매사 호불호 확실한 편.

스스로도 때때로 놀라곤 하는데 생존본능 매우 강하고 이기적인 면 있으며,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내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오빠에게 많은 관심과 연락을 필요로 하고, 상대방의 상황과 관계없이 내 주장만 하는 경우 있다.

반면 오빠는 일 중심적이고 따라서 업계 관련 손님들은 엄청나게 챙기지만 정작 '자신'은 내팽기친 수준이다.

자신을 위한 저축이나 운동같은 자기 관리 못하는 건 물론이고, 현재 자기 가까이서 챙겨주고 위해주는 자기 사람 관리도 못한다.

사회적 성공을 바라보느라 인생의 행복을 많이 놓칠 수도 있고, 상태 나쁠 때는 관계회복 노력이 아니라 대화를 회피하고 숨는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을 일로써만 만나다보면 그 사실을 잊고 산다.

백날 오빠가 나더러 뭐라고 하는 것보다 이렇게 제3자의 눈으로 우리 사이의 문제를 바라보고 나니

내 자신의 문제점도 마음 속 깊숙히 깨달을 수 있고, 상대방이 나와 다른 사람이란 걸 새삼 인식하게 됐다.

더구나 우리 잘 살자고 만나는 것이고, 어찌보면 보완적인 성격이 금상첨화이기도 한 것인데

서로 자꾸만 나쁜 상황으로만 몰아가거나 상황을 회피하기만 했던 것 같다.


오빠가 이런 자리에 나를 데려가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줘서 너무나 고맙고

객관적으로 우리 둘 간의 관계를 놓고보니, 해결방안이 스스로 도출되고 내면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원숭이와 독수리, 잘 지내봅시다.


고맙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