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이 영화를 봤다.
그래서 좀 지루한 감도 없잖았지만 좋은 음악은 여전히 좋은 거네.
또 마냥 놀라움을 느끼기 보단 객관적으로 보게도 되고 말이야.
인상깊게 봤던 포인트는 여러 개가 있는데
우선, 글래스톤베리의 창시자 마이클 이비스의 말 "So the fence became to the whole thing". 몇 년동안 히피들에게까지도 관대하게 오픈되었던 페스티벌이 최첨단 과학을 동원한, 돈을 냈냐 내지 않았느냐에 따른 차단의 벽이 등장하기까지...왜 항상 이런 식일까? 왜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가치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일까? 월드디제이페스티벌도 처음에 무료로 시작했던 것인데 3회째 되는 이번 것은 현장 오만원으로 올라버렸다. 물론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사라지고 시설 등에 좀 더 투자하게 되었기 때문이란 이유는 백번도 더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비싼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에 더 많은 친구들에게 가볍게 '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참으로 페스티벌엔 다양한 종류의 미친놈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 같다.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미친놈들. 다 벗어버리고 진흙탕에서 뒹구는 여자, 사람들 놀릴려고 지갑을 낚싯대에 묶어놓고 진짜 며칠동안 '사람낚시'하고 있는 남자, 신들린 듯 눈을 뒤집어까고 춤추는 여자, 사람들의 엄청나게 많은 눈 앞에서 나체로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는 남자 등등. 영국애들이 이렇게들 잘 노는데, 우리는? 우리의 광기는 어디로, 어떤 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일까? 어디로든지 분출구는 있기 마련일텐데, 어떤 형태로 한국인들은 미친짓을 하는지 매우 탐구해보고 싶어라.
오물 청소를 하는 장면이 카메라의 흔들림도 없이 긴 시간동안 나왔다. 이동식 변기에 호수를 갖다대어 그 안으로 온갖 똥오줌들의 하모니가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적어도 5초는 나온 것만 같다. 내 앞에 앉아있던 몇 몇의 여자분들은 고개를 돌려서 보질 않더라. 나도 그럴 뻔 했는데, 갑자기 너무 신기하고 웃긴 것만 같애서 더욱 자세히 보았다. 나참, 매일(혹은 거르기도 하지만) 보는 것인데도 왜 더럽고 역겹게 느껴지는 것인지 참으로 이상한 인간의 심리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힘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히피문화같은 반문화(counter-culture)는 매력적이다. 대처에 반대하고, 동성애와 약자로서의 여성 옹호, 인종차별문제와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즉 주류가 아닌 것을 싸그리 모아놓고 얘기하는 이들을 보면서, 누가 이 세상을 바꿔가는지에 대해...반대나 불평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고 추진해가는 것에 비해 덜 노력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물론 논리나 제도적 허점은 찾아낼 순 있겠지만 아무튼 세상을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더욱 중점적으로 창의력을 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주류/비주류의 논의는 비주류집단 내에서도 또 일어나는 역설을 보이므로 간단하게 그렇다, 아니다 말해질 수는 없는 것이겠다. 단지 인간집단의 특징일 뿐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