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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교육의 방향

작년에 4차산업미래와 교육을 주제로 하버드 인공지능분야 연구원이 하는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꽤나 재밌게 들어서 수첩에 메모를 열심히 해놓았었는데, 수첩을 버리려는데 너무 아까워서 이제야 짤막하게 회상하며 일기로 남겨본다.

 

인공지능모델링과 육아의 유사성

아이를 둘이나 키우는 중이어서 그런지,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모델링)을 육아와 비교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귀에 쏙 들어왔다. 인공지능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데이터, 보상, 실수, 에너지다.

 

첫번째, 데이터다. 아이들에겐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 노는 것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읽어들여야 한다. 아웃풋이 나오기 전엔 무조건 인풋이 대량으로 필요한 법이다. 

 

두번째, 보상이다. 아이가 특정 행동을 하면 칭찬이나 피드백(훈육)을 통해 그 행동을 강화하거나 통제하듯이 인공지능도 목적함수를 사용해서 기대치에 근접하도록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한다.

 

세번째, 실수다. 인공지능과 아이 모두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수가 전적으로 "필요"하다. 이 부분이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부모 또는 모델링하는 사람으로써 많은 인내심과 시간을 갖고 기다려줘야하는 부분. 연구원께서도 실수를 많이 하여 자책하는 자신의 자녀에게 "이것만 잘하면 또 재밌는게 있어, 이것만 해내면 한 단계 성장하는거야"라는 말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네번째이자 마지막은 에너지(Computing power)다. 사람한텐 건강이란 이름의 항목이다. 아이들은 건강해야 그 힘으로 세상을 배운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컴퓨팅파워를 필요로 한다.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 주인공, 인공지능

18세기에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계가 개인의 노동을 대체하며 러다이트 운동으로 이어졌다. 뒤이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 기반으로 대량생산을 더욱 활발하게 하며 전지구적으로 인류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하며 정보기술을 필두로 한 3차 산업혁명이 뒤를 이었다. 이는 인류의 기억력을 대체하게 된다. 개인들은 더 이상 머리속에 모든 정보를 넣고 다닐 필요가 없이 간단히 검색만 하면 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이제는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의 사고 및 지능을 대체하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의 사고가 대체되기 시작한 현 시점에서, 이제는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생성형 AI가 화두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어진 데이터 만으로 사전학습이 되기 때문에 Chat-GPT의 경우 모델링된 시점 이후의 데이터에 대해서는 답변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인간보다 더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정답지가 존재하는 문제에서는 인공지능과 사람은 더 이상 게임이 안된다. 

 

하지만... 정답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인공지능이 정답이라고 내놓는 것은 역시 확률적으로 데이터를 통해 봤을때 정답에 가깝다는 것 뿐이지 실제로는 해당 문제에 직접 관여할 경우에만 정답을 만들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어떤 문제를 풀었을때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부터 먼 것까지 정리해보는 것이 획일적인 한국적인 학습방식을 깨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현재 우리의 학습방식을 AI의 작동방식을 보며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에 대한 두려움

근미래에 인간이 모두 인공지능에 대해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모델링하는데 컴퓨팅 파워가 매우 많이 필요하지만, 사람의 에너지는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이면 즉시 사고할 수 있게 변환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체력이 중요하다. 

 

미래 사회에 없어지는 직업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바로 단순 노동을 요하는 직업들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소스를 복붙만 하는 프로그래머는 도태될 것이다 (이미 각종 툴에서 AI를 도입한 서비스를 선보인 상태이다). 같은 프로그래머라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단순 반복적인 업무 30-50%는 AI가 담당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업무 시간이 감소될 것이고, 반대로 여가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업무 시간 감소에 따라 임금 상승은 증가보다는 감소될 확률이 높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인 문제/빚이 증가될 것이다. 미래에 아이를 사회의 소비계층(사회로부터 최저생계비같은 지원금을 받으며 소비가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이 되게 하고 싶은지, 아니면 생산계층(재화를 만들고 소비계층으로부터 소득을 얻는 역할)이 되게 하고 싶은지에 따라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AI와 구분되는 인간의 본질은 바로 내가 누구인지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고, 이후에 타인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유일성에 집중해야 자기 자신을 믿고 두려움에 지배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메타인지에 대한 깨달음이 부모부터 있어야 한다. 일단 집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항상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부모가 질문을 좀 더 구체적이고 좋은 질문으로 발전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원하는 바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세상을 한참 탐험할때(예를 들어 게임) 90%의 시간 동안 부모는 불편할 수 있지만 인내하고 아이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라고도 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나가며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고, 큰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교육의 틀 안에서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 나 역시 인공지능의 위력을 보고 위기이자 기회라 여겨 개발자 엔지니어로 전직을 하게 되었는데 끊임없이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기술들을, 전부 다 따라올 수 있을까?", "앞으로 인공지능이 숨쉬듯 자연스러운 세상이 올텐데 적어도 내가 공부한 것만큼의(덧. 아주 얕은 수준이다) 인공지능의 원리는 이해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그런데 얘네들이 만약에 수학에 관심이 없으면 정말 큰일이다." 등등.

 

하지만 어른들의 말처럼 내 아이가 나는 아닌 법. 그래서 기본적인 것은 가르쳐주고는 있지만 그 이상은 혼자 해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설령 내가 너무 최소한으로 가르치고 있어서 본인이 나중에 힘들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아이의 학습보다는 나의 학습에 더 큰 기대와 열정을 갖고 있다. 엄마가 잘 알면 나중에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정답은 없으니, 그야말로 흔들리지 않고 하루 하루를 꾸준히 쌓아나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