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Campaignability라는 말이 있다 한다.
한 가지의 빅 캠페인 컨셉에서 여러가지 광고 프로모션 아이디어가 파생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즉 캠페인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of campaign)이 해당 아이디어가 일회성인지 Big Idea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다국적기업의 식료품이나 소비재 브랜드가 campaignability를 더욱 중시하는 것 같고,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네슬레의 히트한 초콜릿 바인 킷캣의 광고가 참 재밌다.
킷캣은 (현재 검색되는 인터넷 정보들로부터 추측컨대) 2000년도 전후하여 <Have a break>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해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해오고 있다. 킷캣을 부러트리는 break와 잠깐의 휴식을 의미하는 break가 참 잘 정리되어 있는 카피다. 캠페인 하나하나도 기가 막힌데, 우선 온라인 웹사이트를 보자.
온라인 웹사이트
'The first worldwide website where nothing happens(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로딩 장면에 boyfriend, kid, pets, project 등 버퍼링를 자아내는(?) 수많은 단어들이 뜬다. 흰 바탕의 메인페이지는 매우매우 단순하게 제목과 슬로건을 박아놨을 뿐 정말 아무 것도 없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너무 정신없게 스스로 휙휙 넘어가는 플래시 효과 등 무의식적으로 받아왔던 시각적 스트레스가 컸구나, 하며 휴식의 의미를 자각하게 된다. 킷캣의 슬로건과 맞아떨어지는 기막힌 조합이다.
http://www.thefirstworldwidewebsitewherenothinghappens.com/
인쇄 광고
데이비드 오길비가 광고를 광고처럼 만들지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신문을 보다가, 잡지를 보다가 마지막 전전 페이지쯤에 있는 십자 낱말 맞추기나 스도쿠 등을 자연스럽게 풀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작고 소소한 게임에서 휴식을 찾기도 한다. 아래 인쇄광고는 너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미로찾기 문제를 제공하고 '휴식시간을 가져라'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입에는 킷캣을 물고? 문제가 너무 쉬워서 좀 안타깝긴 하지만 컨셉에는 잘 부합한다.
▼ JWT Dubai (ECD) Chafic Haddad (A) Nizar Swailem (C) Ash Chagla
단순하고 명쾌하다. 아!
▼ JWT, London (A) Mark Norcutt (C) Laurence Quinn (P) Mike Russell
다국적 기업이다보니 각 국의 문화를 반영한 인쇄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빨강색을 적절히 이용, 승려들의 엄격한 수련의 와중에서 중국판 슬로건 ‘轻松一刻'을 외치는 광고.
▼ Mccann-erickson, Guangming (C) Kathy Leung (A) Wallus Leung (P) Tsai King Yan
옥외 광고
독특한 상상력이 더 많이 발산되곤 하는 옥외 광고! 크기와 장소에 제한이 없어서 의외성도 높고, 뇌리에도 잘 박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사진연출을 통해 자신이 광고의 엑스트라로 참여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어서 경험마케팅 측면에서의 가치가 무궁무진한 듯. 아래 옥외 광고들은 모두 'break'라는 슬로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품 외적인 특징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은 작품들이다. "맛있겠다. 우왕."
▼ JWT, London
TVCF....는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어 패스
하려고 했지만, 최근의 킷캣은 <Have a break> 메시지를 벗어나 소비자 참여 프로모션 형식으로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포착. Webisode라는 온라인 드라마 형식으로, 킷캣의 사장이 네 명의 프로모터들에게 새로운 맛의 네 가지 킷캣(화이트 초콜릿, 오렌지, 더블 초콜릿, 피넛)을 알리라는 미션을 부여한다. 네 명의 프로모터들이 자신들이 맡은 상품의 인기를 높이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살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ㅋ. 하지만 경쟁심리 조장은 뭔가 킷캣답지는 않은 듯. 아마도 금번 신제품 프로모션이 끝나면 기존의 해버브레이크로 되돌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