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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부유浮游 속의 창조력, 중국의 현대미술



중국현대미술도 단 하나의 중국으로 묶일 수 있을까. 중국의 현대작가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는 점을 공통분모로 가진다. 개방개혁 정책과 더불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중국은 전세계의 자본을 끌어들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경제적 성장 속에서도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와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여전히 짊어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부유-중국미술의 새로운 흐름>라는 전시제목으로 젊은 중국작가들의 정체성 드러내기 혹은 찾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한데 묶어놓고 있다. (10 28일까지∙02-2188-6044)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신화 속에 나올법한, 위협적인 사람얼굴을 한 괴물조각이 돌 위에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띈다. 황 옌의 자라라는 작품으로 중국의 지괴문화를 반영했다는 작가의 말이다. 도자기라는 아시아적 소재로 모충 시리즈를 제작한 리난난의 작품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국적을 붙이고 있는 듯하다. 캔버스에 유채라는 서양미술의 방법으로 병풍에 그려져 있을 법한 중국의 전통적인 풍경을 그리거나(챠오 징핑 춘하추동’), 짙은 갈색물감으로 역동적인 황하강의 흐름을 담아내는 등(허썬 황하의 역류’) 중국적 상징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중국의 전통적인 소재나 기법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편
, 중국의 현재에 주목하는 흐름이 있다. 급격히 유입된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에 대한 욕망이 표출된 작품들이다. 우 밍쫑의 먹자! No.2’는 짙은 형광분홍색의 기둥 사이에서 역시 형광분홍색의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대형회화작품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가 꿈틀대는 듯하다. 한 야쥬엔의 소중한 물건은 샤넬, 루이뷔통 등의 명품 브랜드가 화폭이나 영상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이에 대한 욕망도 숨기지 않는다. 쨔오 반디라는 영상 작품의 작가는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인형을 쓰고 폭스바겐 공장이라는 자본주의적공간에서 인민들을 만나는 행위를 통해 이 셋을 일치시키고자 한다.

 


전통을 고집하는 것도
, 새로운 욕망에 주목하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부유하거나 불안정한 심리를 나타내는 경향이 인상적이다. 두 명의 젊은 남자가 혼잡한 도시의 육교 위에 있다가 하늘로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내용을 담은 소묘 애니메이션(주 지아 백일몽’)이나 중국인인 작가 자신이 허공에 뜬 채로 서구적 외모의 소녀나 흰 마스크팩을 쓰고 있는 서양남성의 손을 붙들고 있는 작품(리 웨이 앞으로-1, 2’)이 정체성의 부유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현실적 억압정부의 통제, 서양문물의 급속한 유입이나 환경의 파괴 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반면 까오 레이나 천윈, 추이 시우원, 쩡 판쯔의 작품은 사진이나 인물을 조각조각 나누고 절단하여 다시 이어 붙이거나, 크기 왜곡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번 상호 교류전에서는 중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 130여 점을 통해 풍부하고 다양한 정체성 찾기 혹은 드러내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중국사회의 역동성과 혼란이 맞물린 부유속에서 오히려 중국작가들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창조력이 빛나는 듯하다.

 

 


2007년 가을 [현대미술현장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