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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존경은 두려움이나 외경은 아니다. 존경은 이 말의 어원(respicere=바라보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어린이는 어떤 것을 알기 위해 분해하고 해체한다. 또는 동물을 해부하기도 한다. 나비를 알기 위해, 나비의 비밀을 드러내기 위해 잔인하게 날개를 잡아 뜯는다. 이러한 잔인성의 동기는 더욱 깊은 것, 곧 사물과 생명의 비밀을 알려고 하는 소망에 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비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 뿐이고'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자랑한다. [...] 그에게는 사랑하는 능력이나 즐기는 능력이 마비되어 있고, 그는 삶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차 있으며, 비이기주의라는 표면 뒤에는 미묘하지만 매우 강렬한 자기 본위가 숨어 있다. [...] 아이들은 덕(德)이라는 가면 아래서 삶에 대한 혐오를 배운다.

 

사랑의 본성을 분석하는 것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랑이 결여되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러한 결여 상태에 책임이 있는 사회적 조건을 비판하는 것이다. 개인의 예외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신앙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신앙이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황문수 옮김

프롬의 통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