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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침


어떤 장르에는 대사가 없다
'얘기하는 사람1'과 '지나가는 사람2'는 수군거림으로 명백해진다
주인공 B를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비둘기 몇 마리가 방치되었다
대사와는 무관하지만 그들도 목적이 있었다
잡지를 접은 두 손이 비슷한 뉘앙스로 포켓에 들어간다
잠복한 형사들의 수만큼 일상에서 가족을 만난다
그런 날이면 이유 없이 녹차가 썼고
두고 온 가방을 찾기 위해 지난 밤을 뒤졌다
스카치테이프로 개미를 잡는 엄마와
죽은 개미의 수만큼 악몽이 발견되곤 했다
개종한 다음날에도 신발에 껌이 붙는 이유를
젖꽃판에 털이 자라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누나의 속옷이 청바지에 물들고
물 빠진 청바지에 핑크색 얼룩이 남아도
햇살은 처음부터 색깔만 말려 주었다
주인공 B가 떠나가는 플랫폼에
장르에 없던 도둑고양이가 들어온다
도둑고양이를 발로 차는 누군가
C에게 고함을 지른다
'아버지1'이 울렁거림으로 희미해진다
식탁에 올릴 생선대가리 속으로
독이 든 저녁을 넣고 싶었다
무심코 껴안은 사람들과
지하철마다 부딪치는 그들의 성기가
두 눈을 예외로 만든다 나는
안개, 안개 같았다

 

제 15회 시인세계 신인작품 당선작 - 기혁

출처 : http://blog.naver.com/mybach/90081908553

 

왜 이렇게 다들 사춘기 타령인지

하는 나는 왠지 어른인 것만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