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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십이월 첫째주







개 때문에 주말에 개털먼지를 하도먹어서 이번주 개털리고 있다.

하루종일 옆에 앉은 대리님과 정답게 너한번 나한번 코를 푼다.

심지어 너무 많이 풀어서 코피까지 났다.

앞으론 꼭 마스크를 챙기고, 개털날리는 곳은 피해야겠다. 


아무튼 나란 인간은 자아가 충만해 터질 지경인 것은 알아줘야 한다.

<생각버리기 연습> 같은 책을 아무리 읽으면 뭐하나. 

뇌 속이 생각으로 꽉 차 콧물처럼 줄줄 흘러나오는데...

요즘 내가 쓰는 글들이 단순히 가벼운 생각과 감정만 담긴 초딩일기 수준이지

글의 깊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창피하다.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 


이번 주말 2012년 리뷰계획 중.

사실 지난 주말에 다른 친구들 앞에서도 나의 2012년에 대해 발표(?)를 했다.

난 리뷰하고 이를 통해 플래닝하는 과정 자체를 스스로를 못말릴 정도로 사랑한다.

그 재밌는 부분만 자꾸 하고싶으니까 마무리짓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어쨌든 올해는 이상하게도 더욱 더 미리 내년을 준비해두고 싶은 것 같다.

올해는 매우 다사다난한 한 해였기 때문에. 빨리 정리해두고 싶은 맘도 있는 것 같고.


2012년의 리뷰포인트는

1.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기

2. 아니라는 확신이 들면 빨리 때려치기

3. 맞다는 확신이 들면 계속 하기

4. 도움받는 법을 배우고 또 도움주기


요약하면 이정도.


년초부터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했다. 

내가 내린 결정,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야하는 결정.

결국 같은 트랙 위에 있던 사람들보다 더 먼 길을 둘러 달려야 했던. 

이렇게 쓰라리고 소심하고 두려운 상태는 처음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란 걸 매일매일 확인하는 느낌


그래도 그 느낌을 이겨낼 결심을 하고, 이 악물고 견뎌내줘서 고맙다.

결심을 굳히는 지렛대가 되어준 그 사람의 따끔한 질문도 고맙다. 

독선적인 자존심으로 가득찬 나를 구원해준 이 은혜 평생 잊지 못할거다. 


침울하고 시샘어린 눈동자를 굴리며 남들을 관찰하던 중 발견한 것이 있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모의고사 내신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

대학교 때는 영어 잘하고 글 잘쓰고 말 잘하는 친구,

취업준비하면서는 유명한 회사에서 인턴경험있는 친구,

이렇게 나에겐 '똑똑함'의 기준이 '스킬'에만 포커스되어 보여졌었다. 

그 외의 것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보인다.

내가 각 단계마다 만나본 적 있는, 진짜 똑똑하다고 여겼던 친구들은 알고보니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자기가 잘 피어날 수 있는 환경 속에 자신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보았던 우수한 두뇌를 통한 객관적 점수나 스펙은 겉껍데기일 뿐이었다.

그 우수한 두뇌는 당연히 자신의 행복과 존재가치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일차적일 것.

똑똑한 사람 눈에는 아무래도 그게 잘 보이나보다.

진짜 천재들은 그래서 '난 이걸 하면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어린 나이에도 서나보다.


나같은 돌은...

남들이 좋다면 좋은가봐 끌려가기도 하고, 안맞는 자리에 굴러들어가기도 하고,

그나마 '무엇인가가 되고자 하는 돌'이라는 점에 위안을 얻어야 할 듯하다.

그리고...적어도 이 세상의 똑똑한 사람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알아본게 어디냐?

그럼 나도 똑똑해질 수 있는거 아니냐?


나머지 리뷰는 내일로 미뤄야겠다.

복기가 실전을 방해하게 생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