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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쐐기문자와 현재

지난 주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는 딸을 데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3층 그리스로마 관을 보러간거였는데, 마침 세계문화관에서 메소포타미아 관련 전시를 하고 있어 관람하게됐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showroom/list/756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관련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기원전 5000년경부터 기원전 600년까지, 현재의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이 위치한 즈음에서 발생한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다. 한국사 연표랑 비교해보면 신석기 시대에서 고조선 시기 정도 된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EC%82%AC_%EC%97%B0%ED%91%9C

 

학창시절에 기계적으로 메소포타미아 문명 - 쐐기문자 이런 식으로 외우고 넘어갔던, 단순암기로 휘발된 단어. 별 생각없이 둘러보다가 쐐기문자 실물을 보고 기절할 뻔 했다.

 

앗슈르나찌르아플리 2세의 명문을 새긴 쐐기문자 석판

 

기절할 뻔 했던 이유는 두 가지인데, 일단 글자 모양이랑 내용 때문이었다. 아무리봐도 그냥 애들이 장난삼아 화살촉 같은 쇠꼬챙이로 돌을 열심히 파놓은 모양같아보이는데 이걸 도대체 문자라고 누가 처음 생각했을까? 그리고 아무리봐도 그냥 화살촉들의 집합모양인데 도대체 누가 이걸 해석을 해냈을까? 실물로 눈으로 보고 나니, 정말 와, 놀라웠다.

 

다음으로 놀란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점토판에 적힌 글들은 단순히 "여긴 어떤 왕의 땅이다" 이런 내용이 아니다. 그 시대의 법 체계를 알 수 있는 판결문, 표로 기록된 장부, 채무변제 증서, 학습을 위한 수학 곱셈표, 다른 나라 언어/단어 사전 등이다.

 

대략 4천 년 전인데... 나는 그 동안 인류가 엄청나게 급격하게 발전하고 현대문명을 이뤄왔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내가 갑자기 4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 속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거의 이질감 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https://namu.wiki/w/%EB%A9%94%EC%86%8C%ED%8F%AC%ED%83%80%EB%AF%B8%EC%95%84%20%EB%AC%B8%EB%AA%85

 

문명이란 말이 무엇인지 갑자기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한자로는 文明, 글로 인해 밝아진다는 의미다.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문화와 사회를 말한다. 4천 년 전부터 벌써 인간의 문화와 사회는 거의 완성이 되어 있었구나. 거기에서 현재 더 나아진 것이라고 하면 과학기술밖에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인간이 진보할 수 있는 부분은 과학기술밖에 없구나. 그래서 문과가 망했구나 싶었다. 과학기술의 진보 외에는 사실 그 시대 시스템 유지일 뿐인 것이었다. 뭐, '인류의 진보'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그런 것 같다.

 

뉴욕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한번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딸과 함께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