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국립현대미술관의 인도현대미술전엘 다녀왔다.
A. 발라수브라마니암(A. Balasubramaniam)의 <카얌Kaayam>과 <껍질로서의 몸Shell as Body>는 전체 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미술관 한 켠의 벽이 모두 하얗다. 그런데 그 새하얗게 칠해진 공간의 벽에 뒤틀린 석고상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사람의 신체를 본뜬 조형물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속이 빈 껍질마냥 흰 배경벽에 눌러붙어 있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섬유유리로 자신의 몸을 본 뜬 후, 아직 굳지 않은 상태에서 왜곡한 조형물에 벽과 같은 흰 색을 칠했다. 구겨진 장화같은 신체의 괴로운 상들이 넓고 흰 벽의 일부가 되어 높고 낮게 붙어 볼 만한 광경을 이뤘다. 다른 작품 <카얌>은 안내원 분의 말에 따르자면 "몸, 상처,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세 가지 뜻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 인도어라고 했다. 한 쪽의 또 다른 흰 벽면 중간에 웬 구멍이 움푹 파여있었다. 신체의 상처를 닮은 듯한, 벽의, 미술관에 난 상처였다.
키란 수브바이아(Kiran Subbaiah)의 <자살노트>(비디오 아트)는 자신을 스스로부터 분리시켜 자살의 절차를 좁은 방이란 공간 안에서 멋지게 보여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주의를 흩트리는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라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멍하니 깨달았다. 실파 굽타(Shilpa Gupta)의 <무제(그림자 #3)>는 인터랙티브 아트의 좋고 재미난 본보기로, 방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맞은편 벽에 보이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끈에 걸린다. 그 끈은 끈질기게 따라오는데 결국 여러 개가 덕지덕지 붙게 된다. 다음, 끈을 따라 굉음이 들리면서 온갖 쓰레기같은 그림자 더미가 나의 그림자에 떨어진다. 그림자는 점점 늘어나는 잡동사니들에 의해 점점 무거워진다.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쓰레기 그림자들의 홍수로 벽면이 모두 차올라 익사하는 것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어젠 덕수궁미술관의 페르난도 보테로 전엘 갔었다. 포스터 그림이 앙증맞고 색감이 귀여워서 갔던 것인데, 실망스러웠다. 전시 규모도 작았던 데다가(하긴 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깔려고 하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왜 그렇게 비싸냐구? 흥) 보기에 알록달록하고 유치한 것으로 끝이었다. 그냥 뭐랄까, 초등학생 방학숙제용이었다.
2009-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