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가 너무 좋은 글)
컨셉은 거시기다
거시기는 사물과 사람에 관한 대명사와 감탄사로 쓰이는 사투리다. 직장 상사 중에 '거시기'라는 단어를 모든 대화에서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 회사 거시기한테 연락 온 적 없어요?" "보고서에 거시기 좀 넣어라!" 이 중에서 가장 해석이 어려운 것은 "그거 되게 거시기하네"였다. 왜냐하면 '되게 거시기 하다'라는 말을 매우 기분이 좋을 때도 쓰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썼기 때문이다. 거시기에 대한 것을 통합적(이 장의 주제다)으로 이해하여 감탄사와 대명사를 쓸 때가 다르다는 것을 안 뒤에야 변명과 기쁨, 귀찮거나 재촉하거나 그리고 안달할 때도 사용되는, 그것의 세밀한 의미와 느낌까지도 알게 되었다. 추측하건대 '거시기'는 상황과 연출, 억양에 따라 100여 개로 분리 사용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시기' 사용 중에서 최고의 난도 때문에 항상 해석의 오류를 범하게 하는 문장이 있었다. 바로 '그 거시기가 거시기냐?'였다. 그러나 직장 상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 말도 의역으로 다 풀이할 수 있었다. 물론 '거시기'라는 단어를 문법으로 공부해서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거시기를 쓰는 상사와 대화 속에서 Content(내용)만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거시기를 이해할 때는 Context(문맥)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용도를 알았다고 100여 가지의 현란한 활용을 모두 알게 된 것은 아니다. 필자도 '거시기'라는 말을 같이 사용하면서 알았다. 컨셉을 '거시기'라고 말하는 것은 '거시기'처럼 '거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 : 컨셉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거시기'처럼 context와 context, 그리고 여러 content가 압축돼 만들어진 '논리'이다.)
UnitasBRAND Vol.13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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