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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퓰리처상 사진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8.29) <퓰리처상 사진전>에 다녀왔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퓰리처라는 이름때문인지, 국내의 사진광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주말의 오후시간이라서 그랬는지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1시 경에 입장할 때는 바로 입장하긴 했지만 작품을 보는데 사람에 밀려 선 채로 3시간이 넘어서야 사진을 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4시 반 경에 퇴장할 때 입장하기 위해서, 표를 사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진짜 입이 딱 벌어졌다. 만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1시간 20분이나 기다리고, 또 세시간 남짓을 소비하면서까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전시였던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면 난 안들어갔겠다. 솔직히 구글검색(Pulitzer Prize Photograph)만으로도 이미지는 다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전시 구성 순서는 퓰리처 사진상이 제정된 이후인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나누어 시간의 흐름에 따르고 있었다. 사진 구도나 색감 등 여러가지 사진을 보는 취향이 있겠지만, 특히 퓰리처 사진들은 특정한 역사적인 사건에 맞물려 상황을 사진 한 장에 담아낸 듯한 것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나 사건에 대한 부연설명이 없다면 왜 이 사진이 수상을 했을까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사진 옆에 설명이 함께 전시되어 있기는 하다). 


위의 사진은 <Faith and Confidence>라는 이름이 붙은 1958년 수상작으로, 사진 설명에는 미국 한 도시에서 열린 중국인 축제에서 춤추는 사자 쇼가 열리고 있는 와중, 이를 보기 위해 앞으로 밀려나온 한 중국 꼬마아이를 위험하니 안쪽으로 들어가 있으라 타이르는 경찰의 모습을 찍은 것이라고 되어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도 많은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사진들 중에 평범한 사건을 담은 위 사진이 제일 인상에 남았고, 예술의 전당 브로셔나 구글 이미지 서치에서 이 사진이 가장 맨 처음에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사진임에 틀림없다. 퓰리처사진은 아무래도 (신문) 보도사진이기 때문에 전쟁, 사건, 재해, 정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한마디로 불행한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그와 대비되어 위의 사진은 소통, 애정, 존중의 모습이 발견되기에 다른 사진들과 더 대비되어 기억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보도사진이나 다큐멘터리적인 것은 별로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작품을 보지는 않았으나 전체적 시간의 흐름을 따른 주요 사건을 보는데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사진도 후반으로 갈 수록 '사진가 ㅇㅇ 의 사진'이라기 보다는 'ㅁㅁ 신문 기자단이 찍은 사진'이라고 이름붙은 것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아 작가적 의도나 관점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한 장면을 적확한 시점에 잡아내고, 또한 그 시대의 뉴스거리와 결부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만한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의 '진짜 실상'을 볼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열정도 대단하긴 하지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아니면 피사체를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적인 딜레마 속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견디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