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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0725

완전히 잊고있었다.

내게 오래된 일기장같은 블로그가 있었다는 걸.

 

심지어 완전 쌩뚱맞은 이유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되었다.

 

첫사랑이니, 연애니, 결혼이니, 사회생활 초년기 역동적인 시기를 보내며 했던 고민들에 민망하기도 그립기도 하다.

난 이제 애 둘딸린 아줌마거든. 😎 이모지도 써여.

 

마지막 글이 2017년에 프로그래밍 재밌어서 취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뭔 개소리를 써놓고 자리를 떠버렸는데, 사실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이직 준비 중인. 크하하. 사실 이직 준비하다가 버려진 블로그 찾음...😂 카카오야 다음 인수해줘서 고마워?!

 

일기랑 독서 등등 생각이 무척 많았던 2010년부터 2015년은 내 스무살 중후반기였다.

도서MD로 일하면서 마지막엔 너무 힘들고 안좋은 기억만 가지고 전직의 동력으로 삼았었는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원없이 읽으며 나의 주체할 수 없는 지적 호기심과 사심을 채웠던 것 같다.

 

당시 회사가 멀다고(편도 2시간 거리였음) 불평불만도 많이 했었지만,

그래서 더 생각할 시간도 많았고, 글도 많이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보니 거의 시인이고 문학가이자 비평가예요.

다신 오지 않을 감성들이네요.

 

16년에 첫째 낳고 둘째 낳고 현재 시점까지 사실 자아 삭제상태다.

아이 없는 친구, 동생에게 내가 육아하는 모습보여줄때 얘기해준다. 자아가 사라지는 과정 잘 보라고.

애보고 살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참 같은 곳에 일기 다시 쓰는데 거진 10년 걸렸다.

애낳으며 기억도 함께 날라갔는지 나원참...

 

책 읽고 생각을 기록했던 옛날의 나 자신 칭찬한다.

현재의 나도 책은 열심히 읽는다. 나는 100페이지 넘지 않는 글은 글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깊이가 없잖아.

그러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서 최근까지 새벽을 낭비하곤 했다.

 

마침 오늘 출근하며 홧김에 인스타를 삭제했는데, 그래서 잃어버린 블로그를 찾는 행운이 온 것 같다.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앙~🍀 마치 이제 제 정신을 되찾고 자아를 다듬고 새로 시작하라는 신의 계시가 내린 것 같다.

엄마지만, 느리게 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결국 좋아하는 거는 찾은(개발분야가 공부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나랑 다행히 궁합이 잘 맞는다 ㅎ), 근데 그래도 그 안에서 요즘 쫌 힘든, 여러여러 이야기들을 또 일기로 담아가야겠다. 

 

40대의 내가 또 30대의 내가 어땠는지 기록이 없으면 기억을 못할 수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