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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LUSH 마케팅 캠페인 - 진정성이 해답이다


             




                                



TREND│진정성 마케팅 (Authentic Marketing)


내가 발견하는 좋은 브랜드의 특징은 이런 게 있다. 브랜드에 대해 파보고 파볼 수록 매력적이다.


바로 어제 읽었던 제일기획 5월 사보에서도 소개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이제는 사람들이 진정성이 


느껴져야만 움직이고 좋아해준다고.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그렇다. 네트워크가 넓어지고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의 절대수치도 높아졌고 새로 알게 되는 상품이나 브랜드도 너무 많다.


그러니 그 수많음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본능적 행동으로, 이미 접한 상품이나 브랜드를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그 관심받는 일정 기간동안, 아무리 소비자가 이리저리 들쑤시고 


깨물어보고 심지어 무관심해지기까지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실제로 있거나,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면 백발백중. 소비자는 '스스로에게 검증된' 상품과 브랜드에 마음을 아예 맡겨버린다.




HISTORY│LUSH의 변하지 않는 무언가


LUSH의 창립자는 히피같은 삶을 사는 영국부부 Mark and Mo Constantine. 허브 모발전문가


였던 마크는 모와 함께 Cosmetic House Limited라는 이름으로 된 작은 화장품 회사를 시작으로,


당시 영국에서 큰 히트를 치고 있었던 바디샵에 납품을 하기도 했으며, 이를 통해 설립자 애니타 로딕과 


친분을 쌓았다. 환경친화적인 철학을 공유한 마크와 애니타 로딕은 수 년간 사업파트너이자 훌륭한


경쟁자로 지냈지만, 결국 애니타 로딕이 바디샵을 화장품계 대기업인 로레알에 팔기로 결정한 이후


이들의 관계는 끊어져버렸다. LUSH는 현재 여러 국가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규모를


확장하지 않은 채로 영국 지방도시 Poole에서 원래 사용하던 작은 건물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가장 로컬한 것이 글로벌한 것이라는 '글로컬'(Glocal)의 표본이지 않나 싶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LUSH의 제품들은 실험정신과 자연친화주의에서 나왔다. 시작은 인근 슈퍼마켓에서 사온 과일을


비누에 넣어 섞어보는 것에서 탄생했다. 지금도 본사의 크리에이티브 팀에선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만들어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잘 팔리지 않거나 


인기가 없는 제품은 매년 정기적인 '마피아 회의'를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또한, 마크에게 자연은


'포장'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는 16살 때 집에서 쫓겨나 숲 속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는 최근 


숲 속에서 새소리를 녹음하러 다니며, 새 울음소리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꽃무늬 셔츠를 즐겨입는듯한 마크 콘스탄틴. 

You look so nice!!!>




하지만 여기까진 그야말로 '과거'일 뿐이다. 히스토리나 창업자의 철학이 현재도 건재한지,


즉 브랜드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지 않은지,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그래서 왜 뭐든 


'첫번째'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 것만 같다). 진정성 마케팅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NOW│그들의 진정성,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LUSH가 그들의 철학을 지켜나가는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LUSH는 전세계적으로 "동물


화장품실험 반대운동("Fighting Animal Testing", http://www.fightinganimaltesting.com)을 이끌고


있다. 비누를 만드는 데 쓰이는 식물을 멸종파괴로부터 지키기 위해 다른 대체재료를 개발하여 사용,


자연보호를 위해 포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으며(비누의 경우 종이포장, 용기포장이 불가피한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개발하여 다시 포장지나 가방으로 사용), 제품소개 홍보전단도 재생지로 만드는


그들이기에, 바로 'LUSH답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동물실험을 거쳐 화장품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


자꾸 잊어버리고 마는 '불편한 진실'이다. 철저히 인간중심적으로, 인간의 미용을 위해 동물들이 온갖


화학약품의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 물론 소비자에게 유해한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진짜로 제품의 친환경성에 자신이 있다면 LUSH처럼 자기 자신들을 상대로 테스트하는 방법도 


있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 꽃 등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LUSH 제품을 개발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자기가


자신이 만든 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테스터가 된다.



            



자칫 수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는 캠페인인데도


LUSH가 이렇게 까지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진정으로 고민하는 신념이다. LUSH의 


다름아닌 그 밀어붙이는 태도(attitude)는 결국엔 진정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끝까지 밀어붙일 


신념이나 능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절대 없다. 신념이 구체적인 


태도를 만들어낸다.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단연 화제다. 유니레버, P&G, 네슬레 등은 이미 오래 전 자리잡았고. 


심지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구글도 검열에 협조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면서까지 중국 시장을 탐했었다. 그에 비하면 LUSH는 작은 비누회사일 뿐이다. 하지만


LUSH CHINA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페이지가 등장한다. 요약 : 중국에서는 동물실험


테스트를 거친 화장품만 수입할 수 있다. 우리는 정책을 바꿀 수 없어 중국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사람들은 말보다 행동을 믿는다. 태도를 믿게 된다.



                     



그렇다고 해당 캠페인으로 LUSH가 손해볼 것은 없다. 어차피 동물권리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LUSH의


주 고객층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더욱이, 해당 이슈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의


마인드 속에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화장품회사 VS 러쉬"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LUSH는 자신들의 타겟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 동물들, 자연과 함께 나누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2007년에 영국에서 진행된 LUSH의 게릴라 기부(Guerrilla Giveaway) 사례는 


기업의 독특한 기부 방식으로 남을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영국의 몇몇 소규모 시민단체들은 Lush라는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며칠 뒤 1,000 파운드씩 받게 된다. 활동지원자금이란다! 자금이 


필요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캠페인 그룹을 돕고싶다는 LUSH의 의지가 반영되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NGO라고 해도 이름이 난 곳에만 돈이 몰리고, 지역사회의 작은 단체는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LUSH가 자신들의 철학을 함께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단체들을


후원한 것은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수명과 지지기반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편'을 


만들거나, 복제하는 것처럼.


    


NOW│감각을 자극하는 화장품의 등장


비슷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사실 없어도 그만인 사치품일 수도 있는 화장품 비즈니스에서


'다름'은 더욱 중요해진다. 여태까지의 많은 화장품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로 브랜딩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몇몇 브랜드만 짚어보아도, 설화수의 한국적인 곡선미와 색채, 베네피트의 핀업걸 스타일


아메리칸 이미지, 자연친화와 초록색이 떠오르는 바디샵, 유명여배우와 빨간 색이 떠오르는 SKII, 


고급스런 이미지와 군청색 및 선분홍빛 루즈가 떠오르는 샤넬 등등. 얌전하고 우아하고 정적인 그들과 


비교해, LUSH는 직접적이고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다.




특히, LUSH 매장을 뜯어보면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의 요소들로 차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다양한 원료들을 그대로 쓰다보니 제품 색깔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원료의 색깔도 그렇지만


버블바나 비누의 색을 보면 이게 전략이구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유쾌하고, 구매욕을 자극한다.


제품 자체의 색깔이 아름다워 포장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그 자체로 신선한 과일 가판대를 연상


시키지 않는가. 실제로도 LUSH 매장 디스플레이는 동네 과일가게, 치즈가게에서 따왔다고 한다.


과일처럼 쌓여있는 버블바들과, 치즈가공모형처럼 생긴 큰 비누를 칼로 잘라 중량을 달아 가격을 


매기는 시스템, 그리고 유럽 야채 과일가게에서 많이보는 검은색 보드에 흰 필기체로 써있는 이름과


가격 설명까지. 이 모든 컨셉이 알게모르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먹는 것'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LUSH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인 엄청난 후각적 자극과 직접 발라보고 씻을 수 있는 촉각적인 요소는


더더욱 빼놓을 수 없다. 일단 냄새의 강렬함. 매장에선 여러가지 향이 섞여 너무 강하긴 하지만,


제품 하나씩으로 만나면 제대로 향기가 살고, 또 오래간다는 이점 때문에 더없이 사랑스러운 냄새.


또, 매장에 들어서면 불편한 느낌없이 직원의 도움으로 팩도 발라볼 수 있고 비누도 써볼 수 있도록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까끌까글한 화장품 자체의 질감을 느끼며 '이게 진짜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때가 바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시점(Time of Purchase)이다. 다양한 감각적 요소들 때문에


LUSH 매장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이곳저곳에 눈이 가고 즐겁다.




OUTRO│이런 브랜드에 돈을 쓰고 싶다.


사실 매장 뿐만 아니라 온라인 마케팅, 문화마케팅, DM, 선물마케팅에서도 뛰어난 차별점들이 자꾸


보인다. 시간을 내서 찬찬히 더 배우고 정리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믿음이 먼저 생긴다.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을, 스스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더욱 솔직하게 감각을 만족시키는 아이디어들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결국 LUSH 매장 직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즐거움과 밝은 미소가 이런 브랜드 풍토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제발 보여지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빈다.


더 나아가 사회문제, 타인들의 행복문제에 진심어린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국내 기업과 브랜드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돈을 쓸만한 곳에 쓰고싶게 만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