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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동물화하는 포스트 모던

아즈마히로키 | 이은미 옮김

문학동네 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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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小題는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다. 저자인 아즈마 히로키는 도쿄대학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인데, 천재인 듯 싶었다. 책은 일본에서 십 년전?쯤에 초판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최근에서야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라니 안타까울 뿐이다. 책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 있고 저자가 내리고 있는 결론도 참신하다. 기존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시뮬레이션 이론)를 넘어서려는 날카로움이 엿보이며 동시에 일본의 오타쿠라는 (문화)현상을 토대로 분석해내는 지역적 차별성을 통해 결과적으로 참신성을 이끌어냈다. 저자가 내리고 있는 결론은 오리지널이 있다고 믿는 시대에서 복제의 시대,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의 시대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시뮬라크르같은 요소들이 개별적 소비자들에 취향에 의해 복제, 선택, 2차창작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곳에서도 역시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하는, 즉 허구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커다란 非이야기'가 위치하고 있을 뿐이다. 요소(이미지들, 취향들, 스타일 등)들을 선택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데이터베이스화된 상업주의의 의도가 아래 자리잡고 있으며, 그것을 소비자들도 인식하면서도 마치 '있는 것처럼' 믿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인용을 재인용하자면, "오타쿠적 감성의 기둥을 이루는 것은 '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정으로 감동하는' 거리감이다"라고. 그 밖에도 인터넷의 특질, 일본 게임(시뮬레이션) 등과 관련해 분석을 해내었는데 매우 감동적으로 잘 썼다. 내가 쓰고싶은 글의 좋은 본보기, 짝짝짝.



2009-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