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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딘 드블로와, 크리스 샌더스 (2010 / 미국)
출연 제이 바루첼, 제라드 버틀러, 아메리카 페레라, 크레이그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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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이 영화를 봤다. 그냥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 동시 상영하는 것 중에 딱히 볼 만한 것이 없어서 선택했다. 세번째로 보는 3D 영화였는데, 앞의 두 영화(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안경 때문에 심한 불편을 느꼈고,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왜 3D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스토리와 특수효과 사이의 큰 갭이 느껴졌었다. 때문에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걸. 기대와는 다르게 <드래곤 길들이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바이킹 부족의 한 소년(족장의 아들)이 드래곤을 길들여 타고 날아다닌다는 설정이므로 빠른 속도의 비행에 걸맞는 공간감을 3D 기술로써 잘 살려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픽도 매우 아름답고 깊이감이 있었다. 아바타와 앨리스의 경우 그냥 앞에 있는 사람은 튀어나와보이고 뒤에 있는 배경은 일차원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만 같은, 두 겹의 깊이감만을 보여주어 어색함의 극치를 보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매우 자연스러웠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영웅지향적 소년 판타지 충족의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바이킹 부족에게 걸맞지 않은 왜소한 체구를 가진 소년이 드래곤을 우연히 잡게 되고, 용을 죽여야 한다는 부족의 명령을 거스르고 그를 오히려 돕게 된다(이 드래곤은 꼬리쪽 날개 한 쪽을 못쓰게 되어 마음대로 날지 못하는 상황). 교감하게 된 소년과 드래곤(나이트 퓨리 혹은 애칭 "투스리스toothless")는 함께 나는 연습을 하게 되고 소년은 드래곤이 인간에게 적대적인 동물이 아니라 단지 이해가 부족해서 서로를 죽이는 관계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바이킹 부족의 식량인 양을 빼앗아가던 드래곤들은 사실 엄청 늙고 큰 대왕 용한테 고대로 이를 바치고 있는 관계였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소년은 투스리스 및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대왕 용을 무찌르고 드래곤과 인간과의 평화관계를 이뤄낸다. 무엇보다도 연약한 체구에 실망하던 그의 아버지인 족장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받는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적 욕망과 이의 실현이 체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평범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내가 인상깊었던 것은 대왕 용의 모습과 엔딩이었다. 천년묵은 대왕 용은 그 전부터 영화에 계속 다양하고 사나워보이는 용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리 놀랄 것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너무 무서웠고 충격을 받았다. 마치 슈퍼마리오 게임을 할 때, 처음엔 악당버섯, 거북이 이런 조무래기를 죽이다가 최후에는 가장 깊은 소굴에서 엄청나게 큰 대왕과 싸워야 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대왕 용이 얼마나 몸집도 크고 날개같은 것도 닳아 해진 것처럼 잘 묘사되어 있는지, 정말 공포를 느꼈다. 또한 그냥 해피엔딩(소년의 소망성취)로 끝나는 식상한 결말과는 다르게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어진 투스리스와 소년의 일치성을 나타내기 위해 소년 역시 대왕 용을 무찌르면서 같은 쪽 다리를 잃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한마디로 '악의 축'을 무찌르고 난 뒤에도 전쟁의 휴우증으로 인해 서로에게 의지해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정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단, 볼만한 영화이나 3D로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면 비행의 속도감을 제대로 즐기기는 힘들 것 같단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