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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미국,영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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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화를 볼 틈이 생겨 유행같이 번지고 있는(?) 인셉션 관람의 기회를 가졌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주인공(코브)가 꿈(중에서도 가장 억압되고 숨겨져 있는 무의식)을 캐내는 일에서 실패하나, 오히려 상대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후계자 머릿 속에 특정한 생각을 심어달라는 것이다. 그가 내미는 댓가에 코브는 혹하고, 자신을 도울 동료들을 찾아나선다. 그래서 만난 이들이 다같이 꿈 설계(detailing), 이야기 고안(story-telling), 시간맞추기(timing) 등의 역할을 각각 맡고 실행에 임하게 된다.

"꿈 속에 꿈" 그리고 "그 꿈 안의 꿈"이 계속 액자처럼 중첩되고, 그 각 꿈마다 시간 개념 및 장소설정이 모두 달라 여기다 정리하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걸릴 것 같아 하지 않겠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로 예전에 "eXistenz"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이것 역시 좀 creepy하기는 하지만 고전이다), 역시 특정한 매체(여기서는 가상게임을 위해 척수와 연결하는 생물학적 전자기구로 나왔다)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접속하고, 그 세계에서 벗어난 후에도 실재인지 허구인지 판별할 수 없는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번복된 주제라고 볼 수는 있지만, 인셉션이 더욱 흡인력을 자랑하고 있는 이유는 "꿈을 설계하는 작업"(낯선 것)을 "팀(공동체)" 개념과 "가정/사랑"이라는 전통적인 익숙함으로 잘 포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소하고 괴이한 느낌이 강했었으며, 정작 인셉션을 볼 때에도 eXistenz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나의 팀이 보물상자를 훔치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탈리안 잡"이 생각이 났었다.

음, 뭔가 생각을 더 정리해보고는 싶지만 밤이 깊고 내일이 있기에 줄인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계속 돌아가고 있는 코브의 팽이모양 토템) 옆에 앉아있던 친구의 손바닥을 마구 내려치고, 영화관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죽었어! 죽었어! 주인공이 죽었어!!!!"라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 이유는...주인공이 죽어 허무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랄까. (물론 친구는 자신의 분석을 토대로 코브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던 꿈이 깨버렸기 때문에 곧바로 "꿈 속의 꿈 속의 꿈..."에서 현실로 한 방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다시 차분히 생각해보니, 코브는 그냥 죽는 게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셉션이 정말로 성공한 것이라면 아무리 코브가 제 딸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한들, 그의 능력을 알아버린 다른 꿈-작업자들이 그를 가만히 놔두려고 할까? 딸들을 납치해서라도 그를 협박한다거나, 제 편으로 만드려고 했을 것이다. 고로 그냥 디캐프리오는 꿈에서 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꼭 배드엔딩만은 아니다 라는 논리로 내 자신을 위로해야겠다! ^^ 



엘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