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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의 눈으로 보다


중국외교관의눈으로보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 동양사 > 중국사 > 중국사일반
지은이 백범흠 (늘품플러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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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선물해 준 책. 느릿느릿 끝까지 다 읽어서 신난다. 제목만 보아서는 외교관 일을 하며 중국인, 중국문화와 부딪혔던 일들을 다룬 책일 것 같아보이나 사실은 중국의 사 천년 역사를 모두 훑고 있는 웅장한 책이다. 한마디로 제목 덕택에 팔린 책이라고나 할까? (농담입니다) 

중국역사는 중학교 시절에 세계사를 배우면서 약간, 고등학교 시절 국사를 배우면서 더불어 약간씩 배운 것이 다일뿐. 정식으로 그 길고 긴 역사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국지>나 <초한지>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퍼즐을 이제야 제대로 끼워맞춘 기분이다. 

저자의 외교관으로서의 시각이 특히 강하게 드러나 있는 부분은 서론과 결론에서 만인데, 북한과 관련지어 중국을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때야 할 것인지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중국의 부상 및 앞으로 한국을 제치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거의 기정사실이라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역사는 새로운 제국의 등장이 불안정, 불확실성과 폭력을 동반하여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BC 108년 (고)조선의 멸망은 통일제국 서한이 북방의 강자 흉노를 제압함으로써 초래되었다. 7세기 당나라의 중원 통일은 고구려와 백제의 멸망을 가져왔다. 13세기 몽골의 팽창은 고려에 대한 30년 침략으로 다가왔으며, 14세기 명나라의 대두는 고려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17세기 만주의 부상은 정묘, 병자호란과 조선의 속국화를 야기했고, 19세기 일본의 국력 증강은 조선의 멸망을 가져왔다. 1949년 중국 공산당에 의한 중원 통일은 한반도의 장기 분단으로 이어졌다. ㅡ프롤로그 中

중국의 실상은 이처럼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의 골자는 "중국이 완전히 부상하기 전에 한반도의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강력한 사회기반을 가지면 가질 수록 중국은 북한을 그들의 편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더이상 북한-남한 구도도 아닌 중국-남한의 구도로 대치되고 말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 가능성조차 잃게 된다. 때문에 남한은 중국에 종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일관적인 외교정책을 통해 중국의 신뢰를 이끌어 낸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치 기득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한 정책이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북한 및 통일문제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더더욱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대체로 '통일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것이 정확히 산정된 비용이 맞는 것인지도 궁금하고, 통일을 한 후의 더 큰 가능성이 왜 경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 중의 하나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서의 중국의 힘이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중국 역사상 대다수 민족이 세운 漢족 왕조는 漢, 宋, 明 밖에 없고, 그 밖에 秦은 '오랑캐 융'을부터 시작했으며, 唐은 선비족, 金은 여진족, 元은 몽골, 淸은 만주족을 기반으로 하여 중국통일을 이룬 나라다. 북방민족이 공격적인 전투력과 장악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남방계통은 경제적 부, 문화적 우위를 갖고 있었다는 것. 또한 漢족이 지금도 역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역사는 다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흘러갔다.

중국 가기 전에 이 책을 만난 건 참 잘한 일인듯. 친구야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