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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를 보고왔다. 김기덕 감독팀이 만든 영화다. 정말로 주인공이 단 한 마디도 안할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진짜로 한 마디도 안한다. 그런데도 영화는 자연스럽고 묵직하다. 윤계상씨가 연기를...정말 잘했다. 진짜 깜짝 놀랐다.
주인공은 남북한을 오가며 이산가족의 물건이나 생존사실 등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 돈을 버는 사람이다. 목숨을 거는 것에 비해 댓가를 많이 받는 것 같지도 않아 개인적인 사연이 더욱 큰 것 같다. 비무장지대를 건너는 위험이 엄청난데도 계속 달리고 헤엄치고 넘나들며 사람들의 메신저가 되어준다. 도대체 왜? 이념간의 갈등 속에도 사랑은 있다고?
불편한 진실이다. 요즘에 내가 배부른 돼지처럼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문을 읽다 사회 문제를 봐도 글자로만 와닿지 마음으론 안 와닿았던 것이 사실이다. 남북갈등 이념갈등 이런 말들은 먼 옛날 얘기라고만 생각되고, 천안함 사태와 같은 것은 정치조작이라고만 여겼던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게 과연 지금 가능한 얘기일까?", "저런 고문이, 저런 갈등이 아직도 있는 걸까?"하고 계속 묻게 되더라.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반공법이 아직도 서슬프레 집행되고 있는 나라에서. 예술가의 능력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그냥 글자로 "남북한 이념대립"이면 될 것을 시각화, 이야기화해서 사람들의 가슴에 쇼크를 한 방 주는 거.
영화랑 완전 다른 얘기로 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가슴에 쇼크를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관객으로서의 취향은 어떤가요? 김기덕 감독님의 전작을 즐긴 편이었나요?
...전혀 못 즐겼죠. [악어](1996)나 [나쁜 남자](2002) 같은 전작들을 보긴 했어요. 근데 김기덕 감독님을 실제로 만나 뵙고 느낀 건, 이 시대에 이런 감독님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행운이란 것이었어요. 김기덕 감독님은 이 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자기의 재능을 총동원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분이에요. 그건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해요. 우리는 살면서 타협하게 마련이잖아요. 타협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외톨이가 되거나 뒤처지는데, 그걸 다 감수하고라도 표현하려는 분이니까. 그 분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영광입니다. (윤계상의 인터뷰 중 - 마음에 든다 윤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