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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20714


앗! 안돼애애! 황금같은 나의 토요일이 몇 시간 안남았다. 어여 기록모드로 돌입!


일기에 대하여

어제 같은 대학동기 친한 그룹에 속해있으면서도, 단 둘이서만 만난 적은 한번도 없었던 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한때 언론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던 언니고, 그래서 글도 잘쓴다. 지금은 직장인. 얘기 끝에 언니가 초중고 시절에 시집도 내고, 학교에서 문학상도 많이 탔다는 사실을 들었고, 아직도 글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어렸을 적에 칭찬을 받았던 부분에 있어서는 어른이 되서까지 의식 중, 무의식 중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때 성실하게 매일 일기를 썼던 일기왕이었고, 잘쓴다고 칭찬도 받았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내 관점에서 서술하는 걸 좋아한다. 일기를 쓴다는 건 자신의 하루를 쓴다는 작은 일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면 우리의 세상을 기록하는 일이다. 그래 음! 나는 매우 거룩하고 긍정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군, 하고 생각하는 찰나 한 가지가 더 떠올랐다. '일기쓰기'라는 '행위'가 '교육과정' 안에 포함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사상 그 어떤 시대에도 일기를 쓰라고 강제한 적은 없었다. 확인 사살을 위해 우리 엄마에게 물어봤는데, 엄마가 학교다닐 때만해도 일기가 숙제로 주어진 적은 없었단다. 그럼 일기쓰기라는 습관을 기르는 교육과정은 우리 세대만 밟은 것이란 것인가? 일기는 곧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인데, 우리 세대가 다원화되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변모한 것은 다 일기 때문이란 말인가? 혹은 바이스 버사? 아무튼 일기에는 과잉자아가 살짝은 포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대부분의 문장 주어가 '나'이니까. 확실히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언어에 대하여

국제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영문학을 차선으로 공부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 영문학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과거엔 단일전공을 한 것에 대해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함이 존재했다. 하지만 중국어를 단기간에 깊게 흡수한 것이 한가지 언어를 마스터하다시피 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언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해 얘기해주다가 깨달았다. 한가지를 끝까지 파본 사람은 다른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언어를 배우는 틀을 다른 어떤 분야에 접목시켜볼 수 있을까?


목표에 대하여

이성적인 판단에 의거하면 HOW와 WHAT이 동시에 가야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는게 맞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HOW보다 WHAT에 집중하자. 그래도 되는 나이다. 내가 거쳐온 길들은 대부분 HOW와 관련된 공부와 경력이었다. 화려하게 보여지는 스킬이나 결과물보다는 방향성을 보자. HOW에 해당하는 '태도'는 현재로부터 예측가능한 나의 미래이고, WHAT에 해당하는 '목표'는 미래로부터 보는 나의 현재다. HOW는 어느 정도 정립된 것 같다. 늦었다, 불안하다고 스스로를 들볶지 않을테니 WHAT에 집중 집중. 


생각에 대하여

인간의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뀔 수 있다. 자신 스스로마저도 스스로의 결심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결심과 관련된 조직 사회에 몸을 담는 것이다. 심지어 개인적인 성향을 지닌 시인마저도 시인들만의 모임에 참여한다. 스스로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정리되지 않은 잡다구리에 대하여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며 드는 생각. 존재에도 효율성이 있다고 믿는 시대니까 "잉여인간"같은 말이 나온 것이렸다. 핀터레스트 등등 "큐레이팅" 트렌드를 보며 느끼는 생각. 큐레이팅은 취향의 정리일 뿐, 새로운 취향을 탄생시키는 노력은 부재한 것 아닌가? 혹은 큐레이팅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노력이고, 취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