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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직장인병


직접 써내려가는 문장들밖에 없다.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것은.


그 사실이 너무 외롭고 답답하지만, 

외롭고 단단하게 홀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쓴다. 드디어.


지금 길을 약간 잃은 상태다.

한마디로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인이 된지 만 3년째,

요즘 나의 모습은 3년 전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모양새다.


글을 쓰지 않는다. 

(업무 메일은 하루에 열 통 이상을 쓰고 있지.) 


내 시간을 사용할 줄 모른다. 

(항상 소진된 상태로 집에 들어와 쓰러지므로 평일 저녁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주말엔 집착적으로 방청소. 쇼핑.)


건강상태 최악.

(하루 종일 모니터 앞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할 수 없는데도 스트레칭 포기한지 오래됐음. 

업무 시간 중 항상 긴장해있어 위가 아픔. 스트레스 해소로 컵라면, 햄버거 등 소위 나쁜 음식들을 끝도 없이 먹고 있음)


성격 최악.

(레드오션 시장의 가장 최전선 업무를 맡아, 원래 갖고 있던 성격의 나쁜 부분이 강화되고 있음. 

예를 들면, 완벽집착주의. 이기주의. 변명. 남과 비교하기. 파이터적인 불같은 성격. 오만함.)


목표가 없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사실 애써 찾지도 않는다.

(오 분 전에 처리해야 했던 일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하루살이도 아니고 오분살이 인생.)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다. 터놓을 여유가 없어졌는지도...

(하루 전화 약 30-40통. 업무상 사람에게 시달려서 사람이 무서워지고 싫어지고 이젠 끔찍해지려고 한다. 

남자친구의 부탁도, 친구의 연락도 너무 부담스럽다. 부모님한테서도 거리를 두고 싶다.)


돈의 논리로 세상을 본다.

(왜 인지도 잘 모르면서(이게 중요포인트) 돈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회계를 배우기 시작했다.)


너무 밉고 부끄러운 나의 진단서.


내가 준비가 되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것이라 약속하고 내일을 위로하자.

나의 선택과 책임을 당분간은 견디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