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09-2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가 즐겨먹는 ‘육식’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밝히다!『동물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작년에 동물애호가인 한 동성친구에게 "진짜로 동물을 사랑한다면 구두, 핸드백 같은 가죽제품도 지양해야 하는거 아닐까?"라고 질문을 제기했다가 친구 하나 잃을 뻔 했던 적이 있다. 왜 개만 특별 취급해야 하는가, 그것도 인간의 편견아닐까? 하는 생각에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되어 물었던 것. 나의 친구는 정말 유기견을 구하러 다니고 모피운동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행동파였기 때문에 머리로만 사고하는 것 같은 나에게 화가 단단히 났던 것 같다. 물론 친구와는 바로 화해했고, 지금은 공통의 주제에 공통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입장의 스펙트럼 상 위치는 조금 다를지라도.


아마도 내 주변에 동물애호협회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도 이 책을 집어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뻔히 이미 수십년 동안 자행해온 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 이거만큼 머리아프고 불편한 일이 어디있을까. 나는 육식도 괜찮다고 남들에게 말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이제 육식하는게 꺼려진다. 남들이 뭐래도.


저자는 주로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에 대해 꼬집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축산업의 형태로, 축산업이 점점 공장화, 대형화되어온 역사를 반영한다. 이미 미국 국내 육류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이고. 공장식 축산업이 끔찍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부터 너무 멀리 소외되어 버린다.


이 공장식 농장 농부들은 동물들을 죽이지 않고서 얼마나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계산해요. 그게 바로 사업 모델이지요. 동물들을 얼마나 빨리 자라게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빽빽이 몰아넣을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이 혹은 적게 먹일 수 있는지, 죽이지 않고서 얼마나 오래 병든 상태로 둘 수 있는지.


현대 사회의 우리가 먹게 된 건, 더 이상 '동물'이 아니라 '단백질 덩어리'다. 


모든 새들은 비슷한 프랑켄슈타인식 유전학 혈통에서 나오고, 모두 갇혀 있다. 산들바람이나 따스한 햇볕도 즐기지 못한다. 횃대에 앉는다든가, 주변 환경을 탐색한다든가,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등 닭이라는 종 특유의 행동 중 어떤 것도 해 볼 수가 없다. 항상 질병이 만연해 있다. 고통이 유일한 규칙이다. 동물들은 언제나 하나의 물건, 하나의 몸뚱이로 취급된다.


미국이란 넓은 땅덩이를 가진 나라의 문제상황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도 국내 축산농가들을 둘러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같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닭, 돼지, 소 등이 아주 멀쩡히 우리나라에 반입되고 있지 않은가? 어찌 무관하다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더 놀라운 정보 하나. 미국 축산업은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저자가 정부와 업계가 발표한 통계와 자료에 입각하여 살펴본 결과, 오히려 어마어마한 공급을 지탱하기 위해 수출처럼 수요를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정부 및 업계 사람들의 공통 목표가 존재할 정도라고 한다. 공장식 축산을 해야 가격경쟁력이 생기니까 늘어나는 것이고, 육류소비자들은 점점 유전자 조작과 위생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단백질 덩어리만을 얻게 된다. 내가 먹는 고기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전까지는.


웨이터가 주문을 기다릴 때, 혹은 쇼핑 카트나 장바구니에 마음 내키는 대로 뭔가를 골라 담을 때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골리앗 같은 식품 산업 전체가 궁극적으로는 움직이고 결정된다.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투표보다 더 파워풀한 '돈'이라는거, 진짜 평범하고 일반적인 한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권력이다. 육식 그 자체보다는 고기를 만들어내는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나는 더이상 '동물다운 삶을 살았던 동물'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고기를 먹고 싶지, 소비자를 미심쩍게 만드는 뭔가 말해지지 않은 것 같고, 불투명한 느낌을 갖고 고기를 대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땐 병아리를 치면 닭이 되고, 닭들이 개미도 먹고 횃대에 올라가 노래도 부르고 퍼덕퍼덕 날기도 하고 햇살도 쬐고 '닭 다운 삶'을 영위하다가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는데. 나는 살코기 부분을 늘리기 위해 알 수 없는 영양제를 주입받고 부리는 상처안나게 뜯겨나가고 피부병걸리고 갇혀있다보니 다리와 날개에 힘도 없는, 그런 닭을 먹었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치니 너무 슬프고 역겹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닭 다운 삶'을 존중하면서 닭을 치는 양계장과 축산농가가 알려져야 하고, 그들이 돈을 벌게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