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저자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출판사
비즈니스북스 | 2010-01-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된 옷 장수,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
가격비교


아메리칸 어패럴과 더불어 좋아하는 캐쥬얼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아메리칸 어패럴에선 미국스러운 편안함과 섹시함이 묻어나는데 반해, 유니클로는 고품질의 베이직함이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느껴왔던 '그것'이 바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의도했던 것이라는 점이다.

(정보전달자의 입장에서) 컨셉은 사실 잡으면 그만인 것이지만, 컨셉을 이해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용자의 몫이다. 소비자가 명확히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분명히 실패한 컨셉임에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제일모직에서 론칭한 SPA브랜드 8 seconds가 조금 아쉽다. 숫자 8을 이용한 마케팅 프로모션 등은 재밌고 독특하긴 했지만, 매장을 둘러보는데 이미 H&M의 데자뷰가 아른아른.) 

상당히 재밌는건, 영문학과 문화학에서 그토록 많이 등장했던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The death of the author)"을 적용해 마케팅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이자 이론가로, 기존에 문학작품을 작가의 성장배경, 민족, 종교, 성별 등 개인적 특징에 기인해 분석하던 관행을 비판하고, 메시지의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서 작가에 쏠려있던 권력을 독자에게 분산, 이양한 것. <유니클로 이야기>를 읽다보니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참으로 소비자-시장 중심적인 사람이란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원한 것'이 나타났음을, '그들이 인지했는지'까지 철저히 체크하는 메시지 창조자이자 메시지 전달의 달인. 역시 마케팅에서 승리하려면 good listener여야 하고 good speaker여야 하는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스티브 잡스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뛰어난 마케터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와 컨셉의 모양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자신 외에 그 누구에게서도 만족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한마디로 어떻게 보면 타인을 향한 good listener가 아닌 자신을 향한 good listener인 것이다. 대신 이 둘은 '무엇이 옳은가'라는 당위적인 물음을 던지고 자신이 믿는 그것(기술과 디자인 for Apple, 기술과 가격 for Uniqlo)이 '가장 옳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친듯이 집착한다. 우리의 주변엔 이렇게 집착하는 사람이 없기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지만, 결국 집착성향이 장인정신의 완성인 것.

단순히 유니클로를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 부가적인 정보(현재는 유니클로가 Fast Retailing(FR)이라는 지주회사의 브랜드로 떨어져나가 운영되고 있으며, FR이 인수한 브랜드 중에 theory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얻을 수 있었고, '진심은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