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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탈출욕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이유는

자신이 그 도움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째로 유기견보호소에 다녀왔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라서 재방문을 하게 된 것 같다.

딱히 주말에 할 일도 없거니와.


덕분에 엄청난 개털과 흙먼지를 호흡기로 흡입했다.

똥치우고, 고양이 집 짓기 돕고, 청소하고, 낙엽 쓸어담고


손길이 너무나 그리워 한 번이라도 더 쓰다듬을 받고 싶어하는 개가 있는 반면

인간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 많은지 청소 중인 내 다리를 물어버린 개도 있었다.


시베리안 허스키 '럭키'는 제철을 만났는데도 맘껏 뛰놀지 못하는 것이 한인지

고개를 하늘로 들고 "왜왜왜왜...." 또는 "우우우우...."나 "아버지"처럼 들리는 타국언어로 울었다.


일단 개장 문을 열면 다른 개들은 이미 익숙해진 탓인지 나가려고 하지는 않는데

럭키는 머리를 바깥으로 들이밀어 곤혹스럽게 한다. 사람따위에겐 관심도 없다.

좁은 장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듯하여 넓은 '개운동장'에 홀로 풀어주었는데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뛰어다니며 나갈 자리만 찾을 뿐, '제한된 자유'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탈출욕은 야생의 본능이다. 

'개농장'에서 구사일생 탈출해 붙여진 이름 럭키. 하지만 '보호소'도 럭키에겐 감옥일거다.

유전자가 시베리아 평원을 기억하는 한 럭키는 어디든 계속 탈출하려고 하겠지...

허나 고향으로 간들 이미 한국의 기후에 적응한 럭키의 생존능력은 빵점일텐데...


그런 럭키 옆에 앉아 쓰다듬으며 진정시키고, 사진으론 눈으로 쓰다듬고 있는 나는

똑같은 야생의 본능을 가슴에 품고 있는 슬픈 인간인가 보다.